제목 : 갓바위가 뭐기에? 등록일 : 2011-01-02    조회: 778
작성자 : 김창수 첨부파일:
갓바위가 뭐기에? 눈보라를 헤치며 새해 첫날에 미끄럼 타듯
아슬아슬하게 중생들이 갓바위를 오른다. 아이, 어른 할 것 없
이 하얀 얼굴에 붉은 마음을 안고 갓바위를 오르는 사람의 행렬
이 길게 이어진다.
해발 850미터 팔공산 관음봉에 앉아 있는 갓바위를 향한 중생의
뜨거운 염원에 사다리처럼 이어진 갓바위 오르는 계단에 쌓인
눈이 봄눈 녹듯 서서히 사라진다. 

신라 선덕여왕 때 원광법사의 수제자 의현대사가 그의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는 갓바위의 효심이 1,400년이 흐른 지금도 
신라 오악의 하나인 팔공산 자락을 타고 온 사방에 퍼진 듯하다. 
저 높은 산 정상에 앉아 있는 부처는 단순한 부처가 아닌 효심의 
부처인 셈이다.

육신의 고달픔을 감내하고, 비바람과 산짐승의 울부짖음을 내쫓으
며 이승에서 못다 한 불효를 부처의 힘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다
듬었을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기리는 불제자가 지
극한 정성으로 다듬어 갓바위를 만들었으니 비록 바위로 만든 부처
일지 언정 그 정성에 감읍하여 하늘과 땅이 울리고 그 메아리가 세
월을 초월하고 공간을 초월하여 오늘도 우리 어머니, 할머니가 찾는 
갓바위는 외롭지 않은 갓바위며, 생기가 넘치는 갓바위다. 


새해 첫날에 갓바위 정상 널따란 평판에는 기도하는 자로 가득 넘친
다. 엎드려 기도하는 자, 서서 기도하는 자, 갓바위의 은총을 간직하
고자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자 등의 형형색색 모양이 한겨울의 강추
위를 녹여 버릴 정도로 그 열기가 대단하다. 갓바위 부처를 감싸는 
주변 바위에는 비둘기도 새해 염원하는 자의 마음을 아는지 꿈쩍 않
고 갓바위처럼 중생을 내려다보며 종알종알 거리는 듯하다. 마치 갓
바위 호위병처럼 여러 마리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묘년 새해 첫날에 눈발이 날려 다소 미끄러운 돌계단도 아랑곳하
지 않고 소원 한 가지는 들어줄지 모른다는 일념으로 갓바위를 찾
고 또 찾는 자는 대구, 부산, 경남뿐만 아니라 서울, 충청도 등 전국
각지에서 오는 듯하다. 갓바위로 오르는 비좁은 돌계단 사이로 오르
락내리락 거리는 일행의 진한 사투리에서 갓바위는 특정 지역 염원
의 기도장이 아닌 모든 소시민의 무거운 짐을 풀어놓는 해우소요
건강과 행복, 소원성취를 바라는 기원 도장이다. 갓바위 제단 앞에
는 저마다 다양한 소원을 붙여놓은 촛불이 끝없이 타오른다. 행복기
원, 사업번창과 취업, 승진 등 각인각색만큼이나 소원도 다양하지만
가족 건강기원이 제일 많은 듯하다. 뭐니해도 건강에 제일인 모양이다.
갓바위 제단 밑 층에는 각종 불교관련 소품을 판매한다. 불교 문양이
새겨진 액세사리에서부터 모형탑과 시계 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참 
좋은 인연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이름은 어머니]라는 글귀가 새
겨진 수건에는 잔잔하지만 심금을 울리는 은은한 향기가 배어 있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돌계단 하산길은 오를 때 보다 더 어려운 토끼처럼
내려가야 하는 길이다. 돌계단 양쪽으로 안전망이 철봉과 철봉을 이어
주는 그물처럼 산 아래에서부터 정상까지 나 있지만, 엊그제 내린 눈이
음지쪽으로는 덜 녹아 다소 미끄럽지만, 안전망 줄을 잡고 내려오는 아
이, 어른, 할머니의 입가엔 흐뭇한 미소가 퍼진다. 금속성의 길고 긴 
안전봉이 사람의 인연으로 땀에 흠뻑 젖어 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
라고 하는데 새해를 여는 첫날에 갓바위 돌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의 
행렬에 알 수 없는 무수한 인연이 눈발에 바람에 흩날리고 퍼진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설송(雪松)사이로 떨어지는 날카로운 겨울 햇살을 이
기지 못한 관음사 옆 지붕에 달린 고드름이 찌지 직 울리며 계곡으로 떨어
진다. 고요한 산사에 조각조각 떨어지는 고드름이 유난히 크게 울린다. 인
적없는 암자 마당에는 하얀 눈이 수북이 쌓여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리고, 소
를 끄는 떠꺼머리 아이가 그려진 탱화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새하얀 
겨울이 깊어간다. 멀리 돌계단에는 순례자의 행렬처럼 갓바위를 오르는
울긋불긋한 풍경이 끝없이 이어지고, 그 너머로 갓바위가 잔혹한 겨울에
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소 짓는다.
2011.1.1 69회 김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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